요즘 엉망이다. 준에게는 이별을 암시해버렸다. 나름 우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누산했다고 생각했는데, 준의 설득을 듣고 나니 내가 무책임하고 나쁜년인 것으로 느껴진다. 하. 머리 좋은 공대생의 합리화란 정말이지. 모질지를 못해서 한번에 끊어내지도 못할거면서 페이스에 말려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좋아해선 안되는 사람한테 마음이 간다. 이제야 마음이 가는 사람을 찾아냈다고 생각했는데 기껏 찾아낸 사람이 사실상 청첩장만 안줬지 결혼이 목전인 사람이다. 마음이라도 얘기하겠다고 해봤자 개판될게 뻔하고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해, 생각한다고 해도 에라이 이 병신아. 멘탈이 다시 소진되서인지 전남친 생각도 예전보다 많이 난다. 정말 엉망진창이다. 도대체 사람이 왜이러고 사는건지. 아직 덜 됐다 나란 인간은. 내가 모든 걸 망쳐놨는데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도 감이 안 잡힌다. 공격대 갈때마다 전멸하면 내가 병신이라는데, 연애를 할때마다 실패하니 이건 내탓인게 분명하다. 사회생활에서 뭐라도 성취하고 있냐면 또 그것도 아니다. 회사에선 멀쩡히 일하고 있으면서도 항상 탈피, 발전 같은 걸 꿈꾼다. 이미 충분히 이뤘는데 늘 만족하지를 못해 괴롭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제정신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정작 난 아무렇지도 않다. 그런 나에 또 괴리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나를 이해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조차도. 이래서야 지난 7월에서 한걸음도 나아진 게 없지 않은가. 어쩌면 이렇게 평생 진보하지 않은 상태로 살아가는 건 아닌가. 형편없는 내가 세상에서 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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